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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오컬트, 공포

블라이 저택의 유령 - 공포의 탈을 쓴 슬픈 사랑 이야기



▌1. 기본정보

원제: The Haunting of Bly Manor
장르: 고딕 호러, 로맨스, 미스터리
크리에이터: 마이크 플래너건 (Mike Flanagan)
출연진: 빅토리아 페드레티, 올리버 잭슨코헨, 아멜리아 이브, 티니아 밀러 등
공개일: 2020년 10월 9일
공개 국가: 미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러닝타임: 9부작 (미니시리즈)
관람등급: 15세 이상
줄거리(결말 포함): ▌4.


▌2. 평론과 평점
전작 《힐 하우스의 유령》보다 공포의 강도는 낮아졌지만, 슬프고 깊이 있는 드라마로서의 완성도는 더 높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88% (평론가들은 주연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뭉클한 로맨스 서사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IMDb 평점: 10점 만점에 7.4점 (귀신을 보러 왔다가 눈물을 흘리고 가는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88%
IMDb 평점: 10점 만점에 7.4점
국내외 주요 평론가 한줄평
- 공포의 껍질을 벗겨내면 마주하게 되는, 가슴 아프도록 슬프고 고독한 고딕 로맨스" (롤링스톤 평론)
- 전작만큼 심장을 뛰게 하지는 않지만, 인물들의 슬픔과 상실을 다루는 방식이 훨씬 우아하고 아름답다" (할리우드 리포터 평론)
- 귀신이 나오는 집이 아니라, 기억과 집착이라는 유령에 갇힌 인간들의 슬픈 이야기" (국내 평론)


▌3. 비하인드
(1) 화면 구석을 주목하라: 스쳐 지나가는 '숨은 유령'들
이 드라마가 명작인 이유는 화면 구석구석에 디테일을 숨겨두었기 때문입니다. 대놓고 점프 스케어(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를 쓰지 않습니다. 드라마 내내 화면 구석, 어두운 복도 끝, 문틈 사이에 유령들을 그냥 세워놓았죠. 시청자가 눈치채든 말든 배경처럼 유령들이 서 있는데, 1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숨겨진 유령만 수십 명입니다.

(2) 헨리 제임스의 고전 소설 오마주
원작은 고전 공포 소설인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The Turn of the Screw)》입니다. 재미있는 건, 각 에피소드의 제목(예: '오고야 말 결실', '지옥의 야수' 등)이 모두 헨리 제임스의 실제 다른 단편 소설 제목들에서 따온 것입니다. 공포 문학 덕후들을 위한 감독의 선물이죠.

(3) 플로라의 인형 집: 숨은 귀신들의 지도
어린 플로라는 침대 밑에 큰 인형 집을 두고 얼굴 없는 인형들의 위치를 수시로 바꿉니다. 사실 이 인형 집은 저택 내부의 실시간 귀신 지도였습니다. 자세히 보면 나중에 등장하는 역병 의사, 군인, 얼굴 없는 아이 유령 등이 이미 인형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플로라는 인형의 위치를 보고 '호수의 여인' 등의 원혼들이 저택 어디쯤 있는지 파악하고 대피했었죠.

(4) 전작 《힐 하우스의 유령》을 향한 오마주
힐 하우스에서 넬의 명대사가 있습니다. "우리의 순간들은 비나 눈, 또는 콘페티(가루 폭죽)처럼 우리 주변으로 떨어진다." 이 대사가 이 작품에서도 변형되어 쓰입니다. 요리사 오웬이 극 초반 "우리의 순간들은 마치..."라며 말을 맺지 못하고, 후반부에 해나 역시 오웬에게 진실을 고백하려 할 때 이 문장을 시작합니다.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은 해나가 오웬에게 하려던 마지막 단어가 원래 '콘페티(Confetti)'가 맞았다고 직접 확인해 주었습니다.

(5) ⚠️⚠️⚠️스포일러 주의!!!⚠️⚠️⚠️
아역 배우의 놀라운 '피터 퀸트' 빙의 연기
어린 마일스는 피터의 영혼이 몸에 들어왔을 때 어른스럽게 연기합니다. 피터 역의 성인 배우(올리버 잭슨코헨)가 마일스의 대사를 피터 특유의 톤과 억양으로 먼저 녹음하거나 현장에서 읽어주면, 마일스 역의 아역 배우(벤자민 에반 에인스워스)가 그 독특한 호흡과 몸짓을 그대로 모방하여 촬영했다고 합니다.⚠️


 ▌4. 줄거리(결말 포함)⚠️⚠️⚠️스포일러 주의!!!⚠️⚠️⚠️
미국인 교사 대니(빅토리아 페드레티)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피해 영국 런던으로 도망치듯 건너와, 아름다운 시골 대저택인 '블라이 저택'의 입주 보모로 취직합니다. 그곳에는 부모를 잃은 두 아이, 마일스와 플로라가 살고 있었죠. (그 트라우마가 무엇이었는지는 줄거리 마지막에 나옵니다.)

미국인 교사 대니



(1) 아이들의 이상한 행동과 '꿈 걷기'
아이들은 천사처럼 사랑스럽지만, 가끔 소름 돋는 행동을 합니다. 오빠 마일스는 갑자기 어른 같은 말투로 대니를 성희롱하거나 난폭해지고, 동생 플로라는 밤마다 "방 밖으로 나오지 말라"며 경고합니다. 알고 보니 이 저택에는 진짜 유령들이 살고 있었고, 유령들은 살아있는 인간의 몸에 빙의하는 '꿈 걷기(Dream-hopping)'를 하고 있었습니다.

* 충격 반전: 마일스와 플로라의 정체
아이들이 이상하게 변했던 이유는 이 저택에서 죽은 전임 보모 레베카와 집사 피터 퀸의 유령이 아이들의 몸에 수시로 빙의해 자신들의 연애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피터는 레베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녀를 유령으로 만들어 영원히 함께하려고 물에 빠뜨려 죽인 사이코패스였습니다.

플로라 마일즈

 


(2) 블라이 저택의 절대적인 저주: '호수의 여인'
이 저택에서 죽은 사람들은 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유령이 되어 갇히는 걸까요? 그 원인은 저택 앞 호수에 사는 원조 유령, '호수의 여인(바이올라)' 때문이었습니다.
수백 년 전, 저택의 안주인이었던 바이올라는 폐병으로 비참하게 죽은 뒤, 보물상자에 집착하다가 유령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오랜 세월 동안 기억을 잃어 얼굴마저 달걀귀신처럼 지워졌고, 그저 밤마다 호수에서 걸어 나와 자신의 아기를 찾는 맹목적인 원혼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가진 집착의 중력이 너무 강해서, 블라이 저택 영지 안에서 죽은 모든 사람은 영혼이 묶여 유령이 되는 '중력장'이 형성된 것입니다.

(3) 결말: "너, 나, 우리"
결말에서 호수의 여인은 플로라를 자신의 아이로 착각해 호수 속으로 끌고 가려 합니다. 플로라가 죽기 직전, 보모 대니는 유령들이 인간의 몸을 완전히 차지할 때 쓰는 주술을 외칩니다. "너, 나, 우리 (It's you, it's me, it's us.)" 대니는 자신의 몸을 바쳐 호수의 여인을 받아들입니다. 그 덕분에 저택의 모든 저주가 풀리고 갇혀 있던 레베카, 피터, 그리고 친절한 가정부 해나의 유령까지 모두 성불합니다. 이후 대니는 정원사 제이미와 미국으로 건너와 행복한 동성 연인으로 살아가지만, 대니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호수의 여인이 점점 그녀의 영혼을 잠식해 옵니다. 결국 제이미를 해치지 않기 위해, 대니는 스스로 블라이 저택의 호수로 걸어 들어가 새로운 '호수의 여인'이 되며 드라마는 비극적이고도 아름답게 막을 내립니다.

(4) 대니의 트라우마
대니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오랜 연인이자 약혼자인 '에드먼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니는 자신의 성 정체성(성적 지향)을 깨달으면서 그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주변의 압박과 미안함에 등 떠밀려 결혼을 준비하지만, 결국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차 안에서 에드먼드에게 파혼을 선언합니다. 대니의 고백에 충격을 받은 에드먼드는 화를 내며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고, 그 순간 달려오던 트럭에 치여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맙니다. 에드먼드가 차에서 내리기 직전, 트럭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그의 안경에 강렬하게 반사되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대니는 거울이나 유리를 볼 때마다 '눈 부위에 불타는 불빛이 비치는 에드먼드의 유령'을 보게 됩니다. 트라우마가 불타는 안경의 유령으로 형상화된 것이죠. 즉, 대니가 겪는 트라우마는 단순히 귀신에 물리적인 고통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는 극심한 죄책감과 스스로를 향한 혐오가 유령의 형태로 발현된 것입니다. 그녀가 미국을 떠나 영국 외딴곳의 블라이 저택으로 도망치듯 온 이유도 바로 이 거울 속 유령(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죠.

(5) 해나 그로스의 숨겨진 이야기 
* 충격 반전: 그녀는 이미 '유령'이었다
주인공 대니가 블라이 저택에 처음 도착했을 때, 해나는 정원 우물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사실 해나는 대니가 저택에 발을 들이기 직전, 유령이 된 마일스(피터 퀸트의 영혼이 빙의된 상태)에 의해 우물 속으로 밀쳐져 추락사했습니다. 하지만 해나 본인은 자신의 죽음을 강하게 부정하고 인지하지 못해, 자신이 살아있는 인간인 줄 알고 계속 가정부 일을 해왔던 것입니다.

가정부 해나


*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이유
초반에 해나가 대니와 사람들의 식사 제안을 매번 거절하고, 차를 마시는 시늉만 하거나, 늘 불 꺼진 초를 켜려고 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육체가 없는 유령이었기 때문에 음식을 섭취할 수 없었죠.

* 벽의 균열(Crack)이 의미하는 것
해나는 종종 벽이나 사물에서 '금(Crack)'을 발견하고 멍해지곤 합니다. 이 균열은 그녀가 죽기 직전, 우물 속으로 떨어지며 마지막으로 보았던 우물 벽의 허물어진 틈입니다. 무의식이 계속해서 그녀에게 "너는 이미 죽었다"는 진실을 상기시키려 했던 비극적인 복선이었습니다.

* 시간의 미로 속에 갇힌 영혼
블라이 저택의 유령들은 살아생전 강렬했던 기억(기쁨, 후회, 슬픔) 속을 끝없이 반복해서 헤매는 버릇이 있습니다. 해나 역시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기억인 요리사 '오웬'과의 첫 만남, 면접날의 기억 등을 끊임없이 오가며 기억의 파편 속에서 길을 잃습니다.

* 비극적인 결말과 안식
해나는 요리사 오웬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와 함께 파리로 떠나는 평범한 행복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이미 죽은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저택의 비극을 막기 위해 끝까지 대니와 아이들을 돕습니다. 마지막에 저택의 모든 저주가 풀리면서 해나의 영혼도 마침내 완전한 안식을 찾게 되지만, 살아남은 오웬과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시청자들에게 여운과 슬픔을 남깁니다.

* 해나가 귀신이라는 걸 알려준 '귀걸이'의 비밀
가정부 해나의 에피소드가 공개되기 전, 제작진은 그녀가 입고 나오는 옷과 장신구로 아주 정교한 힌트를 심어두었습니다. 해나 역을 맡은 배우 티니아 밀러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녀가 착용한 귀걸이의 크기가 시대를 나타내는 지표였습니다. 살아생전(과거 기억 속)에는 크고 화려한 귀걸이를 주로 착용했지만, 우물에서 죽은 뒤 귀신이 된 현재 시점에서는 늘 작은 링 귀걸이만 착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