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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스릴러

라이트하우스 - 광기와 환각의 바다

▌1. 기본정보
원제: The Lighthouse
감독: 로버트 에거스 (Robert Eggers)
장르: 미스터리, 공포, 드라마, 스릴러
개봉날짜: 2019년 10월 18일 (미국 개봉) / 2019년 11월 27일 (한국 개봉)
제작국가: 미국, 캐나다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주연: 윌럼 더포(토머스 웨이크 역), 로버트 패틴슨(에프라임 윈슬롯 / 토머스 하워드 역)
줄거리: ▌4 (결말 포함)


▌2. 평점 및 평론
(1) 평점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0% / 관객 지수 72%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 83 / 100
IMDb: 7.4 / 10
네이버 영화: 관람객 평점 7.82 / 10

(2) 평론
뉴욕 타임스 (The New York Times): 로버트 패틴슨과 윌럼 더포가 펼치는 광기의 연기 대결은 스크린을 압도하며, 좁은 화면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처절하게 보여준다.
버라이어티 (Variety): 19세기 해양 설화와 그리스 신화를 기괴하게 엮어낸 연출력이 돋보이며, 흑백 필름 특유의 거친 질감이 고립감을 극대화한다.


▌3. 비하인드
(1) 실제 세트 제작
제작진은 컴퓨터 그래픽(CG)을 최소화하려고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황량한 바위섬에 직접 1890년대 양식의 20m 높이 등대를 실제로 지었다. 촬영 내내 거센 진짜 칼바람과 파도를 맞으며 찍었다.

(2) 특수 제작된 흑백 필름과 렌즈
1890년대 분위기를 내려고 옛날 빈티지 렌즈를 사용했다. 1920년대 이전에 쓰이던 오르토크로마틱(Orthochromatic) 필름 스타일을 재현하려고 특수 자외선 필터를 카메라에 장착해 찍었다. 덕분에 인물의 피부 주름과 모공이 유독 거칠게 도드라진다.

(3) 화면비 1.19:1 선택
요즘 쓰이는 넓은 화면 대신 옛날 브라운관 TV를 연상시키는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좁은 프레임을 선택했다. 등대의 높은 타워 형태를 담아내기 적합한 비율이었고, 동시에 인물들이 갇혀 있다는 답답함과 폐쇄공포를 전달하려는 연출이었다.

(4) 로버트 패틴슨의 극한 연기
패틴슨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를 연기하려고 촬영 직전 흙탕물에 구르고 진짜 진흙을 입에 넣었다. 입안에 진흙을 넣은 채로 연기한 장면이 그대로 영화에 담겼다.

 

(5) 에드가 앨런 포의 미완성 단편
에드가 앨런 포가 완성하지 못하고 남긴 유작 단편 <등대(The Light-House)>가 영화의 출발점이다. 감독의 동생인 맥스 에거스가 이 소설의 설정을 가져와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여기에 1800년대 웨일스의 스몰스 등대(Smalls Lighthouse)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토머스'라는 이름을 가진 두 등대지기의 비극적 실화를 결합해 대본을 완성했다.

 


▌4. 줄거리 (결말 포함) ⚠️⚠️⚠️스포일러 주의!!!⚠️⚠️⚠️
[줄거리]
1890년대 메인주 연안의 외딴 바위섬에 두 명의 등대지기가 도착한다. 늙고 고집스러운 고참 토머스 웨이크와 전직 목수 출신의 신참 에프라임 윈슬롯이다. 이들은 4주 동안 섬에 머물며 등대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는다. 웨이크는 윈슬롯에게 등대 꼭대기의 '빛의 방' 출입을 금지한다. 대신 바닥 청소, 석탄 나르기, 분뇨 처리 같은 고된 육체 노동만 강요한다. 윈슬롯은 불만을 품지만 일당을 받으려고 참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윈슬롯은 이상한 환각을 본다. 바다 속 인어를 목격하고, 외눈박이 갈매기 한 마리가 자신을 계속 집요하게 따라다닌다. 웨이크는 "죽은 선원의 영혼이 담긴 갈매기를 해치면 벌을 받는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윈슬롯은 결국 그 갈매기를 바위에 처박아 잔인하게 죽인다.

갈매기를 죽인 직후 바다의 바람 방향이 바뀐다. 교체선이 오기로 한 4주째 되던 날,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치며 두 사람은 섬에 갇힌다. 식량이 떨어지고 우물물마저 오염되자 두 사람은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술에 취해 춤추며 웃다가도 순식간에 서로에게 폭언을 쏟아내며 싸운다. 술자리에서 윈슬롯의 진짜 과거가 드러난다. 그의 본명은 '토머스 하워드'였다. 과거 캐나다 벌목장에서 일할 때 악덕 상사였던 진짜 '에프라임 윈슬롯'이 통나무 사고로 죽을 때 그를 구하지 않고 방치했다. 이후 그의 신분을 도용해 이곳으로 도망쳤다. 웨이크 역시 과거 자신의 동료가 미쳐서 죽었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사게 된다.

[결말]
폭풍우는 멈추지 않고, 두 사람의 산 자와 죽은 자,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다. 윈슬롯은 웨이크가 자신을 무능하다고 평가해 일당을 못 받게 만든 장부를 발견하고 이성을 잃는다. 윈슬롯은 웨이크를 개처럼 목줄을 채워 끌고 다니다가 목을 발로 누른다. 웨이크가 도끼로 반격하자 윈슬롯은 도끼를 빼앗아 웨이크를 살해한다. 마침내 열쇠를 빼앗은 윈슬롯은 그토록 갈망하던 등대 꼭대기의 '빛의 방'으로 들어간다. 열린 등잔 안의 빛을 직접 바라본 윈슬롯은 압도적인 무언가를 목격하고 기괴한 비명과 웃음을 지으며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정신을 차린 윈슬롯은 옷이 벗겨진 채 바위 해변에 누워있다. 눈이 멀고 배가 터진 그의 장기를 갈매기들이 파먹고 있다. 윈슬롯이 쓰러져 신음하는 모습을 카메라가 비추며 영화가 끝난다.

 

외딴섬의 등대에 고립된 두 남자가 어떻게 미쳐가는지 극도로 밀도 높게 그려낸 영화다. 로버트 에거스 감독 특유의 정교한 미장센과 두 주연 배우의 파괴적인 연기력이 돋보인다.



▌5. 영화 속 디테일과 복선
(1) 그리스 신화의 신체적 형벌 복선 (프로메테우스와 프로테우스)
윈슬롯은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건넨 죄로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히는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를 상징한다. 윈슬롯이 금기시되던 등대의 빛을 강제로 탐하다가 결국 갈매기들에게 장기를 파먹히며 죽는 결말은 이 신화의 명확한 오마주다. 반면 웨이크는 바다의 신이자 예언자인 '프로테우스'를 형상화했다. 프로테우스는 바다의 신으로, 진실을 감추고 지키는 인물이다. 윈슬롯에게 빛을 보여주지 않으려 끊임없이 그를 통제한다.

(2) '빛'이 상징하는 것
등대 꼭대기의 빛은 구원, 성스러운 진리, 혹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지식'이나 '금기'를 의미한다. 윈슬롯은 그 빛을 열망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인간이 강제로 진실에 도달했을 때 비극적 파멸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3) 외눈박이 갈매기와 전임자의 환영
윈슬롯을 괴롭히던 외눈박이 갈매기는 사실 웨이크의 전임 등대지기를 상징한다. 웨이크는 전임자가 등대의 빛 속에서 환각을 보고 미쳐서 죽었다고 말한다. 그 죽은 전임자의 영혼이 외눈박이 갈매기로 돌아와 윈슬롯에게 경고를 보낸 셈이다.

(4) 이름의 동일성 (토머스와 토머스)
'토머스(Thomas)'는 어원적으로 '쌍둥이(Twin)'를 의미한다. 두 인물의 이름은 사실 모두 '토머스'다. 늙은 등대지기 토머스 웨이크와 신분을 숨긴 토머스 하워드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두 사람이 별개의 인물이 아니라, 한 인물의 '양면성'이나 '미래와 과거의 모습', '현재와 미래의 모습', '자아(Ego)와 무의식(Id)'을 나눈 쌍둥이 같은 존재임을 암시하는 이름 복선이다.

 

(5) 광기와 파멸의 촉매제, '인어'
영화 속 인어는 신화 속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다. 윈슬롯이 극도의 고립된 환경에서 겪는 억눌린 욕망과 기괴한 환각이 실체화된 비극적 상징에 가깝다. 침대 밑에서 발견한 작은 나무 인어 조각상은 윈슬롯이 섬에서 유일하게 집착하는 물건으로 남는다. 이는 그를 점차 현실에서 떼어놓고 환상 속에 빠뜨리는 촉매 역할을 수행한다. 이후 해변에서 발견한 진짜 인어의 모습은 기괴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윈슬롯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지만, 밤마다 그 기괴한 형상을 떠올리며 이성을 잃어간다. 결국 인어는 그리스 신화 속 선원들을 유혹해 파멸시키는 '세이렌'처럼, 윈슬롯을 구원이 아닌 파멸과 광기로 이끄는 치명적 장치로 작용한다.

 

로버트 에거스 감독(왼쪽)


▌6. 로버트 에거스 감독
* 더 위치 (The Witch, 2015): 17세기 뉴잉글랜드 가톨릭 가족이 숲속에서 마녀의 존재로 인해 분열하는 과정을 그린 명작이다.
* 노스맨 (The Northman, 2022): 바이킹 바이킹 바이킹 바이킹 시대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잔혹하고 웅장한 복수극이다.
* 노스페라투 (Nosferatu, 2024): 고전 뱀파이어 영화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완성한 신작이다.

미국 출신의 감독으로, 기괴한 고전 설화와 완벽에 가까운 고증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공포 영화를 만드는 거장이다. 연출을 시작하기 전에 무대 디자이너와 의상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래서 작품을 만들 때 당시 시대의 언어, 가구, 의상, 조명 방식까지 완벽하게 고증하려는 집착을 보인다. <라이트하우스>를 찍을 때도 19세기 등대 파수꾼들이 실제로 작성한 일기장과 기록들을 수집해 대본의 대사로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