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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스릴러

그을린 사랑 - 참혹한 반전

▌1. 기본정보
원제: Incendies (화재, 포화라는 뜻의 프랑스어)
감독: 드니 빌뇌브 (Denis Villeneuve)
장르: 드라마, 미스터리, 전쟁
개봉날짜: 2011년 7월 21일 (한국 기준)
제작국가: 캐나다, 프랑스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주연: 루브나 아자발(나왈 마르완 역), 멜리사 데소르모-풀랭(잔느 마르완 역), 맥심 고뎃(시몬 마르완 역)
줄거리: ▌4. (결말 포함)


▌2. 평점 및 평론
(1) 평점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3%, 관객 점수 92%
IMDb: 8.3
네이버: 9.07

(2) 평론
할리우드 리포터: 인간의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치밀하고 대담한 걸작
버라이어티: 전쟁의 참상과 가혹한 운명을 압도적인 힘으로 파고드는 미스터리 스릴러.


▌3. 비하인드
(1) 천재 극작가의 희곡이 원작이다
레바논 출신의 천재 극작가 와즈디 무아와드가 쓴 동명의 연극 《화염(Incendies)》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우연히 이 연극을 관람한 뒤 온몸에 전율을 느꼈고, 그 자리에서 영화화를 결심하여 5년 동안 각색 작업에 매달렸다.

(2) 배우 루브나 아자발의 발견
오디션 당시 드니 빌뇌브 감독은 루브나 아자발을 보자마자 단 몇 초 만에 나왈 마르완 역으로 낙점했다. 그녀는 청년기부터 노년기까지 한 여성이 겪는 고통의 세월을 대역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인생 연기를 펼쳤다.

나왈 마르완


(3)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오프닝을 지배한다
영화의 문을 여는 전설적인 오프닝 장면에 세계적인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의 'You and Whose Army?'가 흐른다. 감독은 이 곡의 저작권을 얻기 위해 멤버들에게 직접 진심 어린 편지를 보냈고, 감동한 밴드가 흔쾌히 사용을 허락했다. 'You and Whose Army?'는 영화의 전체 주제를 관통한다. 

① 너 무슨 빽 믿고 까부는 거야?
곡 제목인 'You and whose army?'는 상대방이 허세를 부릴 때 "너랑 또 어떤 군대? 덤빌 테면 덤벼봐"라며 비웃는 영어 관용구다. 보컬 톰 요크는 이 곡이 국민의 손으로 뽑아줬더니 국민을 처참하게 배신한 권력자를 겨냥한 곡이라고 직접 밝혔다. 당시 (2003년에 발발한)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를 염두에 두고 썼다.

② 약자들의 연대와 경고
노래는 초반에 권력자와 그 패거리들의 허세를 냉소적으로 비웃는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르러 분위기가 급반전한다. '오늘 밤 우리가 유령의 말을 타고 달린다'라는 가사로 배신당한 약자들이 연대하여 권력자를 심판하러 간다는 경고를 보낸다.

③ 영화와의 완벽한 싱크로율
이 곡은 종교와 이념이라는 거대한 '권력'의 광기 속에서 무참히 짓밟히면서도, 끝내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저항했던 주인공 나왈 마르완의 숭고한 삶을 청각적으로 완벽하게 대변한다.


▌4. 줄거리 (결말 포함) ⚠️⚠️⚠️스포일러 주의!!!⚠️⚠️⚠️

잔느 & 시몬


[줄거리]
어머니 나왈 마르완과 쌍둥이 남매는 과거의 비극을 피해 모두 캐나다 퀘벡에 정착해 살고 있었다. 어머니 나왈이 오랜 실어증을 앓던 끝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나왈의 오랜 친구이자 공증인인 장 르벨은 이란성 쌍둥이 남매인 잔느와 시몬을 불러 어머니가 남긴 유언장을 공개한다. 유언장의 내용은 남매에게 거대한 충격을 안긴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를 찾아 편지를 전하고,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아 또 다른 편지를 전하라는 임무다. 어머니는 이 봉인된 두 통의 편지를 모두 전달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시신을 나체로, 얼굴을 땅을 향하게 하여 묻고 비석도 세우지 말라는 기괴한 유언을 덧붙인다. 분노한 남동생 시몬은 황당한 소리라며 거부하지만, 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하며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다'고 믿는 이성적인 누나 잔느는 어머니의 과거를 풀기 위해 홀로 중동의 낯선 땅으로 향한다.

중동에 도착한 잔느는 어머니의 고향과 다녔던 대학교를 수소문하며 여정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잔느는 남동생 시몬까지 중동으로 불러들이고, 두 사람은 평범한 어머니인 줄 알았던 나왈 마르완이 사실은 피비린내 나는 레바논 내전의 중심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과거 대학생이던 젊은 나왈(기독교: 그리스 정교회)은 다른 종교를 가진 팔레스타인 난민 청년(이슬람교)과 사랑에 빠져 임신을 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들키자마자 오빠들에 의해 연인은 사살당하고, 나왈이 낳은 아기는 발목에 세 개의 점 문신이 새겨진 채 고아원으로 보내진다. 이후 종교 전쟁이 터지자 나왈은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 전쟁의 참상 속으로 뛰어든다. 아들이 있던 고아원이 기독교 민병대에 의해 파괴되어 있었다. 고아원에 있던 아이들이 다른 난민 캠프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듣고 나왈은 이슬람 난민 버스에 오른다. 그곳에서 기독교 민병대의 참혹한 버스 학살 사건을 목격한다. 나왈은 기독교도라는 십자가 목걸이를 보여주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지만, 눈앞에서 타 죽어가는 이슬람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는 거대한 충격과 죄책감에 휩싸인다.

자신과 같은 종교를 가진 자들이 저지른 인간 이하의 광기에 환멸을 느낀 나왈은 중대한 결심을 한다. 이 참혹한 전쟁과 폭압의 굴레를 끊어내지 않고서는 결코 아들을 찾을 수도, 안전하게 키울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결국 나왈은 단순히 아들의 흔적을 쫓던 수동적인 여정에서 벗어나 이슬람 민병대(난민 무장 단체)에 가담한다. 그리고 종교라는 허울을 쓰고 약자들을 짓밟는 기독교 우익 지도자를 암살하는 전면적인 투쟁의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기독교 민병대의 수장의 집으로 위장 취업하여 그를 총으로 저격한다. 이 사건으로 나왈은 악명 높은 크파르 리앗 교도소에 수감된다.

나왈은 교도소에서 15년 동안 모진 고문과 강간을 당한다. 그러나 그녀는 간수들의 고문 앞에서도 결코 굴복하지 않고 늘 벽을 보며 노래를 불렀고, 죄수들 사이에서 '노래하는 여인'이라는 전설적인 이름으로 불리며 버텨낸다. 잔느와 시몬은 어머니가 교도소에서 강간을 당해 임신을 했고, 그렇게 교도소 안에서 낳은 아이들이 바로 자신들(쌍둥이 남매)이라는 출생의 비밀까지 마주하며 깊은 혼란과 충격에 빠진다. 이제 남매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는 자신들을 낳게 한 친아버지이자 고문 기술자인 '아부 타렝', 그리고 어머니가 평생을 찾아 헤맸던 큰아들 '니하드'의 행방을 찾는 것이다.

니하드(아부타렝)


[결말]
남매는 공증인 장 르벨의 도움으로 마침내 캐나다에 살아있는 아버지와 형제의 주소를 완벽히 확보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간의 언어로는 차마 감당할 수 없는 잔혹한 진실의 실체를 마주한다.

과거 나왈이 낳자마자 빼앗겼던 큰아들 '니하드'는 고아원이 폭파된 후 이슬람 무장 단체에 의해 인간 병기로 길러졌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광기 어린 저격수가 된 니하드는 이후 기독교 민병대에게 붙잡혔고, 그곳에서 아예 이름을 '아부 타렝'으로 바꾼 채 잔인한 고문 기술자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자신이 일하는 크파르 리앗 교도소로 잡혀 온 수수께끼의 여인, 즉 자신의 친어머니인 나왈 마르완을 알아보지 못한 채 그녀를 모질게 고문하고 강간했다.

즉, 쌍둥이 남매가 찾아 헤맨 그들의 친아버지는 그들이 찾아야 했던 형제(니하드)였으며, 동시에 어머니를 짓밟은 원수(아부 타렝)였다. 수학적으로 결코 양립할 수 없는 1+1=1이라는 참혹한 공식이 성립되는 순간이다.

과거 나왈은 중동을 탈출해 캐나다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중, 어느 날 야외 수영장에서 한 남자의 발목에 새겨진 세 개의 점 문신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얼굴이 자신을 고문했던 원수 아부 타렝이자, 평생을 찾아 헤맨 친아들 니하드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겪은 비극의 전말을 알게 된 나왈은 그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렸고, 결국 숨을 거두며 남매에게 이 모든 비밀이 담긴 유언장을 남겼던 것이다.

모든 진실을 깨달은 쌍둥이 남매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아부 타렝이자 형제인 니하드를 찾아간다. 남매는 말없이 어머니가 남긴 두 통의 편지를 건넨다. 하나는 고문 기술자 아부 타렝에게 보내는 분노의 편지('너는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었으니 침묵하라')이고, 다른 하나는 친아들 니하드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어떤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한다')다. 자신이 저지른 무서운 죄악과 마주한 니하드는 주저앉아 오열한다. 마침내 모든 증오의 사슬을 끊어낸 남매는 어머니의 묘지에 똑바로 선 비석을 세우고, 어머니의 이름 위에 따스한 햇볕을 내려놓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 영화는 종교와 이념의 갈등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집요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결말에서 나왈은 복수 대신 '용서와 사랑'을 선택한다. 자신의 친아들이자 자신을 고문한 원수였던 그에게 편지를 전하면서, 대를 이어 내려오던 증오의 사슬을 스스로 끊어낸 인간의 위대한 존엄성을 증명한다.


▌5. 영화 속 역사적 배경: 레바논 내전의 광기
영화는 중동의 한 가상 국가를 배경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레바논 내전(1975~1990)'이라는 실제 중동의 비극적인 역사적 상황을 모티브로 삼았다.


(1) 기독교 우익과 이슬람 좌익의 피비린내 나는 충돌
당시 레바논은 서구 열강의 지지를 받는 기독교계 우익 세력과 팔레스타인 난민을 포함한 이슬람계 좌익 세력 간의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종교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제의 이웃이 오늘의 원수가 되어 서로를 무차별 학살하는 지옥도가 펼쳐졌다.

(2) 내전의 도화선이 된 '버스 학살 사건'의 재현
영화 중반부에는 주인공 나왈이 탄 버스를 기독교 민병대가 습격하여 무고한 이슬람 난민들을 학살하는 참혹한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1975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동명의 버스 총격 학살 사건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이 사건은 실제 15년간 이어진 레바논 내전의 도화선이 되었다.



(3) 증오의 악순환이 낳은 비극
감독은 가상의 공간을 빌려왔으나 그 안에서 벌어지는 민간인 학살, 교도소 내의 고문과 강간 등은 실제 레바논 내전 당시 자행되었던 참상들을 바탕으로 직조했다. 영화는 특정 종교를 비판하기보다, 전쟁의 광기가 어떻게 평범한 인간을 괴물로 만들고 그 증오를 다음 세대까지 대물림하는지 집요하게 고발한다.


▌6.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감독의 필모그래피
(1) 스릴러 명작 -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Sicario, 2015), 프리즈너스 (Prisoners, 2013)
(2) SF 명작 - 컨택트 (Arrival, 2016), 듄 시리즈 (Dune: 파트 1 & 파트 2, 2021~2024), 블레이드 러너 2049 (Blade Runner 2049, 2017)